차진叉殄, 설 연준薛 燃焌.
유난히 불 타오르는 이름자에, 열기 많은 속알맹이를 지닌 삶이었다. 이따금씩 가슴이 타는 듯이 뜨겁고 그 연기에 질식할 듯이 답답했다. 불면의 밤이 이어졌다.
연유도 모른 채 치솟는 불길을 다스려보고자 일어나 서필을 잡았고, 업무하는 틈틈히 패설을 적었다. 그것이 저자를 돌면서 흥해 그 쪽으로도 명성을 얼만치 갖게 되었다. 그의 패설은 주로 범죄와 탐정물 등을 본인의 경험을 기반하여 다루며, 숨이 죄일만큼 치밀한 묘사로 유명하다.
문학적인 소질과는 다르게 내성적이고 자기 안으로 침잠하는 성품으로 감정표현에 서툴고 남이 눈에 띄게 다가오는 것은 꺼려한다. 그 나이 먹도록 연애를 해본 적도 없지만 양친이 정해준 약혼녀만은 받아들였다. 무뚝뚝한 성미 탓에 여자관계에 있어선 숙맥이라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 정이 있는 편이라 동료 사이에 인망은 두텁다. 군인으로서의 그는 열과 성을 다하여 임무를 처리하는 충신이다. 그러나 도성의 치안을 어지럽힌 흉악범을 추국하던 중, 그는 문득 의문을 품는다. '나는 이 자와 얼마나 다른 인간인가?'
그것이 시작이었다.
연준은 빛의 가장자리, 어둠과의 경계, 가장 어둠이 깊은 곳에 서 있다. 직업상 수많은 범죄와 살육을 경험했고 살인자와도 마주했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글로 쓰기까지 했으나 정말로 그들이 '되어서' 그 감정과 생각까지 공유해본 적은 없다. 만약 그가 원한다면, 가능한 얘기일까? 그와 살인범 사이엔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는 할 수 있고 자신은 할 수 없는 그런 … 요소가 이 안에 존재하는가.
따지고 보면 연준이 수사한 살인마와 무관인 연준이 행한 일 사이엔 공통된 것이 많다. 전장에 나가 검으로 사람을 베기도 했으며, 치안을 담당하는 진사군에 있으면서 범인의 자복을 얻기 위해 잔인한 추국장에도 여러 번 섰었다. 단지 그의 행동에는 이유와 - 그것보다 중요한 - 정의가 얽혀 있었다는 것이었지만. 정말 따지고 보면 그 것 뿐이다. 숨 막힐 듯 뜨거운 충동이 그의 안에서 날뛰고, …동시에 가슴이 죄인다.
다시, 불면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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