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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전/연록흔

가끔은 사랑이 지겨울 때가 있지.

by Sonali 2013. 3. 9.

 

 

 

 

* 제목 내용 관련 ㄴㄴ요. 그냥 제가 꽂힌 가사임.

* 장미님 티스 운연단톡13에 얹어가는 ....팬픽입니다. ㅇㅇ 넵! 그렇게 정의해요 얘는 팬픽임!♡.♡

 

 

 

 

-

Written by sonali

 

 

 

1.

 

희재 : 근데요 선배, 어제 제 침대 위에 시계 놔두고 가셨더라구요ㅎㅎ

이한 : 그게 거기 있었군 어쩐지 찾아도 없더라

 

- 운연톡 13 by 장미 中

 

 

 

- 어 나 지금 수업 끝났다.

이한은 문자를 보내며 계단을 내려왔다.

 

- 저 중앙복도에 있어요☆

반짝 명멸하며 떠오르는 희재의 메시지에서 눈을 떼자 바로 그 앞에 그 애가 있었다. 

 

다행히 말끔히 회복한 얼굴로, 언제 그렇게 떡이 되었었냐는 듯이 피부도 반짝반짝 생기가 넘친다. 이한은 도리어 자신의 얼굴이 너무 푸석하지 않은가 무심코 생각한다. 그리고 눈 앞을 스쳐가는 크고 작은 화장품 병들.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던.

 

이한은 희재에게서 몇 걸음 떨어져 멈춰섰다. 희재가 가방을 뒤적뒤적 시계를 꺼낸다.

 

"이거 맞죠?"

활짝 웃으며 묻는다. 이한은 왠지 엷게 미소 지으며 손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그러자 희재가, 그 여자애가, 사뿐사뿐 걸어서 이한 앞으로 왔다.

 

두 사람은 이미 손 뻗으면 닿을 거리였기 때문에, 이한은 그녀가 뭘 하려는지 몰라 눈만 깜빡거렸다. 다시 본 그녀는 양 손에 시계줄을 나눠 쥐고 있었다. 이한이 머리 숙이면 이마가 맞닿을 것 같은 거리까지 다가왔다. 금속성의 시계가 드러난 피부에 닿아 차갑다. 아니, 맨 살에 스치는 꼼지락대는 손가락이, 보드랍고 따뜻했다.

 

이한은 멍했다. 멍해 있었던 것이다. 걸쇠끼리 한 번에 잘 걸리지 않아 희재는 좀 시간을 잡아먹었다. 이한은 눈을 똑바로 뜨고 그 애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은 시계가 아니라 그녀의 얼굴 위에 있었다. 그녀가 집중해 있는 만큼, 그도….

 

"됐다."

…까만 눈동자가 순간 기쁨으로 물든다.    

그녀가 고개를 드는 틈을 타 이한은, 침을 삼켰다.

 

펴고 있던 손바닥을, 이제는 민망해져버린 그 손바닥을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게 꽉 쥐면서, 팔을 천천히 내리며 그가 중얼거리듯 뱉았다.

 

"…넌, 참."

"네?"

 

손목이 따끔거렸다. 마치 입술을 닿아 애무하듯 움직이던 여린 살결이 떠나간 자리에 시계 바늘의 묵묵한 움직임이 무거웠다.

 

아니다.

"밥은 먹었어?"

"먹었죠, 건태랑."

 

이한이 한 쪽 눈을 찡그리며 싱긋 웃었다.  

 

"그럼 저녁은?"

 

 

 

2.

 

 

휴리 : 흥미진진해; 언니 이런거 완전 좋아해 희재야 언니 지금 섭 마쳤다

너 어디니? 오늘 밤 달리자 ㄱ

희재 : 언니 저 지금 이한 선배랑 저녁 먹고 있는데요...ㅎㅎ

 

- 운연톡 13 by 장미 中

 

 

 

"너 뭐하냐?"

 

피자에 핫소스를 치던 이한이 문득 희재를 보곤 말했다. 희재는 아까부터 휴대폰에서 눈을 못 떼고 어쩐지 안절부절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네?"

"왜 밥 먹는데 핸드폰을 손에서 못 놔. 너 썸남있냐?"

"에에?? 아닌데요!"

 

희재는 과하게 놀라며, 그 즉시 핸드폰을 가방에 쑥 밀어넣었다. 뭐야, 저 녀석 왜 저래. 이한은 그 순간, 옆 의자에 밀어둔 자신의 휴대폰 역시 아까전부터 끊임없이 반짝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정도 양이면 틀림없이 동아리 단톡이거나 이종톡이다. 또 무슨 일이래. 관심은 없었지만 그는 희재의 눈치를 살피며 핸드폰을 꾹 눌러 한창 스크롤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중인 방으로 들어갔다.

 

너 건태 과거 궁금해 안 궁금해.

 

들어가자마자 혜익의 말이 먼저 뜨고 곧바로,

 

궁금해...

 

늙은이들끼리 무슨 얘기로 애를 잡은거야 또. 이한은 피자를 씹으며 무심한 시선으로 스크롤 바를 위로 위로 올렸다. 그리고.

 

이한은 다시 액정을 끄고 휴대폰을 밀쳐두었다. 여전히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표시로 액정이 깜빡거렸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희재, 너…"

 

희재는 다시 평온하게 뜨거운 피자를 한 조각 잘라 넣고 있었다.

 

"네? 왜요?"

  

이한은 두 눈이 유난히 동그란 희재의 얼굴에 시선을 머물렀다가, 일부러 그것을 샐러드 볼로 떨어뜨렸다. 속이 깊은 볼 안에는 당근 몇 조각이 다 였다.

 

"아니야. 샐러드 더 가져올게."

"아, 제가 가져올게요."

"아냐, 내가 가져올게. 있어."

 

그리고 그는 그릇을 집어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희재가 그런 그를 눈으로 쫒으며 올려다본다.

 

"그럼, 저 젤리 갖다 주세요. 맛있어요, 그거."

이한은 픽 웃었다.

"그래."

 

일어서면서 잠깐 들여다 본 휴대폰은 어느새 잠잠했다.

 

희재랑 건태 고딩시절 학교에서 이름 쩔게 사겼대잖아.

지금은 진짜 친한 친구예요 ㅋㅋ

둘 중 한 명은 반드시 흑심 있어서 붙어 다니는 거지

 

그는 귀여운 어린 커플 같았던 희재와 건태의 모습을 생각한다. 집개가 퍽퍽, 성의 없이 샐러드 볼 위로 떨어졌다 올라갔다 하기를 반복했다. 마치 잡을 수 있는게 없는 인형뽑기의 갈고리 손처럼.

문득 내려다보니 그릇 안에 양상추만 수북했다. 이한은 쯥, 짧게 입술을 씹었다. 그리고 몸을 돌렸다. 젤리는 맨 바깥쪽에 있었다.

 

이한은 가장 큰 덩어리를 잡아 올렸다. 젤리는 그의 거친 움직임에 따라 쑤욱 뽑혀져 나왔다. 양상추 위에 내려놓자 모양 그대로 떨어져 부들부들 떤다. 그 양감이 마치 자신의 심장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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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티스는 바야흐로 대大현물망상의 시대! 다른 분들은 각자 평형세계인듯 아닌듯 완전 재밌게 설정도 글도 잘 찌시던데 전 ㅎㅎ 장미님 스토리에 빌붙어서 사랑을 담은♡ 팬픽이나 ...ㅎㅎ

2. 사이 사이를 채우는 망상. 창작하는 덕후는 팬픽과 가깝습니다.

3. 2번글은 제가 미피에 가고 싶어서 찐 게 아닙니다. 진짜로. 젤리는 맛있습니다.

4. 아, 손목시계 돌려주는거랑 저녁먹는거랑 이어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첨엔 이어지는 줄 알았더니 다른 달임. 그래서 글도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밥 2번 먹었어요..팬픽 속에선...

5. 1번은..하필 손목 시계길래...하지만 제 머릿속에서 더 캐미터지는 듯 ㅠ